리더는 완벽해야하는가?
리더도 사람이야
전 회사에서 나는 창업자면서도 프로덕트팀을 이끄는 포지션이었다. 모든게 처음이라서 고민도 시행착오도 많던 내게 한 회사 동료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리더는 완벽해야한다. 흠 잡을 곳이 없어야 한다.’ 글쎄, 과연 그럴까?
리더는 완벽해야한다.
당시에는 이 문장이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사실 나의 행동이 완벽하지 않아 찔려서 그런지 더 방어적으로 받아들였던것 같다. 그러나 퇴사 이후, 어떻게 했어야 더 잘했을 수 있었을까를 계속 곱씹어봤을 때 가장 맴돌던 말은 ‘리더는 완벽해야한다’라는 말이었다.
리더는 완벽해야한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믿음과 신뢰외에도 리더의 완벽함은 팀원들의 경외심과 업무 현장의 적절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팀의 프로의식마저 일깨울 수 있다.
여기서 완벽의 의미는 철저함이다. 철저하게 준비된 업무 태도와 업무 방식은 리더의 경험이 부족하든 연차가 부족하든 존경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매일 정장을 입고, 누구보다 가장 먼저 출근하며, 회의 때는 모든 자료를 미리 검토해오며 Plan A - Z를 모두 준비해온 리더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그런 리더가 있다면 그 리더의 팀원으로서 리더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리더는 완벽해야하며, 철저해야한다.
하지만 리더도 사람인걸요
문제는 리더도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완벽과 거리가 멀고, 실수와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리 완벽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어떤 수를 쓰더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오히려 흔한 실패 패턴중 하나로 완벽할 수 없다는걸 인정하지 못하고 완벽을 추구하다 사고와 실수가 연발되거나 완벽만을 추구하다가 진짜 목적을 잃어버리는 패턴이 존재할 정도다.
또한 이런 오해 역시 있을 수 있다.‘리더는 다 알고 있을거야’ , ‘리더는 뭔가 기가막힌 생각을 하고 있을거야’, ‘나는 뭔지 모르겠지만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을거야’ 라는 오해가 있어 리더의 실수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았을 때 크게 실망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리더라고 해서 마법을 쓸 수는 없다. 팀원이든 리더든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실수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업무적 신뢰' 다. 철저함, 완벽함은 신뢰를 받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지 필수조건은 아니다.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팀에 필요한 사람,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본인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면 되는 것이며,
여기서 뛰어난 사람 이란 말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야한다라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개발 조직이라고 해서 반드시 리더가 개발을 제일 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헷갈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자. 히딩크가 박지성보다 축구를 잘해서 감독이 되었는가?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팀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면 이에 대해 신뢰를 보내야한다. 만약 리더가 실수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을 때는 완벽하지 못한 모습에 대한 실망보다는 완벽할 수 없음을 미리 인지하고 대화와 피드백을 통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어쩌면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은 철저함 보다 유연함, pre-learning 보다 fast-learning일 수 있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팀은 팀원들과 리더의 생각이 align되어있고 신뢰로 뭉쳐있어 많이 실패하더라도 신뢰가 저버려지지 않아 최대한 많이 시도해볼 수 있는 팀이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 채용이 제일 중요하며, 채용절차에서 반드시 fit 과 talent를 동시에 확인해야 하고, 특히 fit을 더 잘 확인해서 그런 팀을 꾸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롤모델은 아마 없을거애요
처음 Product Owner, Product Lead 역할을 맡았을 때는 마냥 하던대로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업무를 진행하면 할수록 내가 맡은 직책이 많은 것을 짊어진 직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의사결정들로 인해 생기는 수 많은 분기점들이 점점 두려웠고 그러다보니 모든 의사결정 하나 하나에 후회와 의심만이 남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고 있던, 또는 한 다리를 건너 만나 뵐 수 있는 모든 창업자들과 PO들을 찾아뵈며 조언을 구했다. 한 가지 재미있던 것은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모두의 조언이 제각기 다르다’ 는 것이었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하지만 내게는 하나도 당연하지 않았다. 경험이 쌓이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하다보면 하나의 이상적인 궁극의 방법에서 만나 점점 비슷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 뵈었던 분들 모두 신기하게도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도, 성공해온 방법도 하나하나 너무나도 달랐다. 이 세상은 하나의 universal한 법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각각의 케이스의 집합이었던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고, 팀마다 또 다르며, 같은 팀이더라도 제품마다 또 다르다.
더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리더가 가야 하는 길은 구도의 길이다. 끊임 없이 고민하고 의심하라. 리더는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완벽을 추구해야한다.
리더는 완벽해야하는가? / Special Thanks to 주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