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움직이세요
레브잇 아이디어톤에 참여하고 느낀점을 작성한 글입니다
‘고객은 세상에 없는 것은 원하지 못한다'
쿠팡의 일대기를 다룬 다이브 딥을 읽다가 로켓배송에 대한 구절을 보았다. ‘로켓배송이 세상에 없었을 때 고객은 당일배송을 굳이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켓배송이 생기자 사람들은 이제 로켓배송을 원하고 없으면 못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도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세상이 모르는 아이디어를 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고 그러다 우연히 레브잇의 아이디어톤 광고를 보고 아이디어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디어톤 당일, 팀원분들과 만나자마자 수많은 아이디어 배출과 끝없는 디스커션을 8시간동안이나 진행했다.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팀원 모두가 완벽한 아이디어,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고, 퀄리티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아이디어로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길고 긴 디스커션이 끝난 후에는 아주 고전적인 방식으로 아이디어톤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 YCombinator, Fast Ventures의 유니콘 파인더를 통해 관련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색해보고 영감을 얻는다.
- 핵심 가설을 선정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단순한 MVP를 만든다.
- MVP로부터 얻은 데이터로 피드백을 받아 가설 수정, 검증의 과정을 반복한다.
- 충분히 로직이 세워졌다고 생각되면 장표를 만든다
아이디어톤에 왜 무박 2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라는 생각이 무안하게도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해 이터레이션을 여러번 진행하지는 못했다. 발표자료와 아이디어는 오랜 discussion을 통해서 좋았지만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하게 되었다.
될지 안될지는 너가 아니라 실행이 검증해준다
사실 수상팀이 내 생각이랑 크게 달라서 굉장히 놀랐다. 수상한 팀보다 더 나아보이는 아이디어를 가져온 팀도 있었고, 정말 될 것 같은 아이디어를 가져온 팀들도 있었다. 그래서 찬찬히 돌아보니, ‘좋은 아이디어' 가 뭐지? 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 수상한 팀은 3~4시간만에 아이디어를 정했고, 이를 통해 핵심 가설을 선정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MVP를 토대로 검증하고, 피드백받고, 또 검증하고, 피드백 받고, 이러한 이터레이션을 정말 수없이 진행했다.
‘나'의 관점에서는 우리 아이디어가 더 좋다. 솔직히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나'의 이야기다. 내가 생각했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실제로 이를 사용하는건 고객일 것이고, 고객도 과연 나와 같이 생각하는가? 만약에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검증해봤나? 이봐, 해봤어?
즉 머릿속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 더 좋은 가설을 생각했느냐가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 가설이 맞고, 이 제품이 정말 될 제품인것인가, 정말 될 제품이라는 것을 어떻게 검증했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이것이 오히려 더 '될 것 같은' 아이디어고, 더 '좋은' 아이디어며, 이번 아이디어톤의 진면목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만 하면 완벽한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움직여야한다. 내 생각속과 실제 세상은 다르다. 생각을 충분히 했다면 더 빠르게,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검증해야한다. 쿠팡의 로켓배송도 마찬가지다. 커머스에서 통하는 상식과 실제 고객 설문조사로부터 가격이 배송보다 훨씬 중요한 factor라는 명제를 얻었다. 만약 이 명제속에 갇혀있었다면 로켓배송은 세상에 없었을 아이디어다.
내가 지금 깨달았다고 하는 것도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린 스타트업' 책에서 읽어서 이미 알고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 행동할 때는 이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알고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실행을 통해 체득해서 알고 있다는 사실을 검증하자. 움직이자.